우리는 무엇을 파는가?

기업은 경제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라는 단일 제품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으며, 인텔은 펜티엄칩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레고는 작은 블록 장난감으로 지난 수십 년 간 세계 어린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또 국내 시장에 들어 온지 10년이 되어가는 홍콩의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는 2000년대 초반 한 해만 2,000만장이 넘는 바지와 티셔츠를 팔았고, 스타벅스는 수 많은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난립하는 요즘에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의 품질은 뛰어나다. 하지만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콜라도, 컴퓨터 칩도, 블록 장난감도, 의류도 아니며 커피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또 다른 것들을 팔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는 ‘Intel Inside’라는 마크가 붙기 시작했다. 인텔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제조업체들 또한 자신들의 광고에서 낯익은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인텔칩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린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펜티엄칩을 사용하든 AMD의 애슬론을 사용하든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제성과 활용도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한다면 대다수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AMD의 칩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끊임없이 들어온 익숙한 벨소리와 작은 녹색 심볼에 애착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라 의심치 않는다. 만약 인텔이 제품만을 팔았다면 지금의 위치를 이루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 생산자의 독점적 위치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제품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품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작게는 제품가격 상승과 크게는 시장왜곡 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과점의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기업 자신일 것이다.

인텔은 실제 구매 고객인 컴퓨터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제품에 대한 관여가 적은 최종사용자들에게까지 ‘인텔 인식시키기’에 노력했고, 그 결과는 가장 멋진 성과를 낳으며 현재의 인텔을 만들어 냈다. 단순 메모리칩에서 시작하여 비메모리 칩으로의 사업영역 전환 이후 인텔은 ‘Intel Inside’를 팔았으며 그것은 고객들에게 안정성과 신뢰, 그리고 탁월함이라는 가장 뛰어난 상품으로 탈바꿈되어 고객들을 매료시켰다.

처음 언급했던 다른 기업들도 차이가 없다. 코카콜라는 그들의 제품을 현지의 문화와 접목시키며 코카콜라만이 줄 수 있는 생활의 상쾌함을 팔았으며, 레고는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팔고 있다. 한때 국민 브랜드로 군림했던 지오다노는 편안한 생활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스타벅스는 Take-out과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문화를 팔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질 좋은 제품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며 새삼스럽게 되새길 일도 아니다. 이제는 그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을 팔 때가 온 것이다.

윤택한 삶은 좋은 물건을 구입하고 쓰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며, 제품을 ‘어떻게’ 쓰이도록 할 것인가는 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다. 때로는 생활의 활력과 편안함을 주고, 새로운 문화와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화려한 겉치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이 이미지만이 남아 버린 광고처럼 실체를 알 수 없는 문화적 키워드로 잔뜩 포장된 앙상한 마케팅 기법들의 잔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고객들은 비록 값싸고 보잘 것 없는 제품을 통해서도 안락함과 풍요로움을 원하며 행복한 순간을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안식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기업은 한순간도 끊임없는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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