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chmarking의 개념 [1]

1990년대 초반, 최고 기업들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노력과 열망이 커지면서 벤치마킹(benchmarking)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책이 쏟아져 나왔고 벤치마킹을 모르고서는 경영에 대해 얘기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경영은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패션이다’라는 老학자의 탄식 어린 선언처럼 또 다른 유행의 물결에 자리를 내 주고 만 것이었다.

그 이후 최근까지 벤치마킹에 관한 언급이 있는 글들은 벤치마킹의 ‘과거 지향적’이고 ‘의타적인’ 성향을 혹독하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남을 따라하는 것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과연 벤치마킹이 ‘따라하기’인가? 이 부분에는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비판의 대상은 벤치마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 있지 벤치마킹 방법론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역사…

벤치마킹의 기원을 손자의 병법에서 찾는 사람도 있지만 기업에 적용되어 사용된 것은 198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어려운 처지이지만 당시 제록스(Xerox)는 여러 면에서 뛰어난 기업 중 하나였다. 제록스가 내고 있던 두드러진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경쟁적인 벤치마킹(competitive benchmarking)’이라는 용어가 비즈니스 전문가들 사이에 오갔고,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조금씩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어 1991년 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가 포상에 관한 지침서를 공표하면서 벤치마킹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게 됐다. “…세계적 수준의 벤치마크를 선택하는 기업의 노력을 가리킨다.”로 끝나는 이 조항은 벤치마킹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높이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밖에도 단순히 개념적으로만 알려져 오던 벤치마킹의 실제가 1989년 ‘Benchmarking: The Search for Industry Best Practices That Lead to Superior Performance’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구체화된 것도 한 계기가 됐다. 이 책은 말콤 볼드리지 상을 수상했던 제록스의 벤치마킹 역사와 활동을 담고 있는 책이다.


벤치마킹의 정의

사실 하나의 비즈니스 방법론에 대한 통일된 정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실무로부터 시작하여 이론으로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각 기업마다 생각하고 있는 정의가 제각각이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쉽게 변형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잘 알려진 벤치마킹 전문가 중 하나인 Michael J. Spendolini는 이러한 이유로 49개에 달하는 기업들을 조사한 후 정의를 조합할 수 있는 벤치마킹 메뉴를 만들어 냈다. 벤치마킹 메뉴를 이용해 그가 제시한 정의의 한 예는 다음과 같다.

“조직의 향상을 위해 최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정된 조직의 제품, 서비스,
그리고 작업 과정을 검토하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과정”

이 정의에는 벤치마킹의 방법, 대상, 조사과정, 초점, 목적 등에 관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혼동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정의에 집착하기보다는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마킹의 핵심

벤치마킹의 정의에는 벤치마킹 활동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바로 그것이 벤치마킹의 핵심이다. 벤치마킹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 실망스럽다면 방법을 탓하기 보다 ‘핵심’을 잘 유지하고 지켰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핵심은 모두 버려 두고 엉뚱한 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최상을 대표하는’이라는 문구이다. 벤치마킹은 최상을 대표하는 기업을 선정해 그 회사의 강점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최상의 기업은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경쟁업체일 수 있지만 동종업종이 아니어도 좋다. 만약 우리 회사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물류 부문을 좀더 강화하고 싶다면 FedEX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것이다.

‘제품, 서비스, 작업과정’은 또 다른 핵심이다. 벤치마킹은 완제품이나 최종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 내 업무 실행이나 작업 프로세스, 운영 활동, 조직 기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될 수 있고 그 과정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완제품이나 최종 서비스에서 벤치마킹을 실시한다면 경쟁적인 분석에 그 무게가 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사의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됨으로서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게 될 문구는 ‘지속적’이다. 지속성은 모든 경영혁신 활동과 개선활동의 필수적 전제이다. 가끔 자신들이 실시하고 있는 기법이나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를 물어 오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시행해 봤는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 방법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방법’은 충분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다. 지속성은 어떤 핵심보다 중요하다. 꾸준히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 순간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페달을 밟는데 이전보다 적은 힘이 든다. 가속도의 원칙은 경영에도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벤치마킹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과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벤치마킹 활동이 필요하다. 물론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전개될 경쟁과 시장의 구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벤치마킹에 대한 윤곽을 잡았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벤치마킹은 최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그들의 장점을 우리 기업에 이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물론 비판자들이 언급하는 ‘Copying’이 아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얻은 결과는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의 토대가 된다. 아무런 기본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하는 것보다는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은 조금 더 쉬워진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더 나은 향상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것이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 이전의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과 이후의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엮인 글:
Benchmarking의 개념 [1]
Benchmarking의 개념 [2]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