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끝

<The end of the beginning>

“인생은 오직 뒤돌아볼 때에만 이해할 수 있지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어느 무술인이 오랜 수행 끝에 검은 띠를 받기 위하여 스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제자는 수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마침내 무술 단련에 정점에 도달했다. “검은 띠를 수여하기 전에 한 가지 시험이 남아 있다.”, 스승이 말했다. 제자는 “시작하십시오.”라고 대답하며 한 차례의 마지막 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제자의 예상과 달리,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검은 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제자는 당황했지만 곧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제 수련 과정의 끝이며, 제가 오랫동안 노력한 것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스승은 제자가 더 이야기하도록 기다려 주었다. 그러나 제자는 말이 없었고 스승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했다. “너는 아직 검은 띠를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1년 후에 다시 오너라.”

1년 후 제자는 다시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검은 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냐?”, 스승이 물었다. “그것은 뛰어남의 상징이며, 우리 무술에 있어서 최고의 성취를 의미합니다.” 스승은 한참을 말없이 기다렸다. 이번에도 스승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했다. “너는 아직도 검은 띠를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1년 후에 다시 오너라.”

1년 후 제자는 다시 스승 앞에 무릎을 끊었다. 그리고 스승은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검은 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냐?” “검은 띠는 시작을 의미합니다. 자기 극복, 꾸준한 노력, 보다 높은 수준의 추구라는 영원한 여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제자가 대답했다. 스승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맞다. 이제 너는 검은 띠를 받고 너의 노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구나.”

이 이야기는 잘 알려진 어느 무술유단자의 우화이다. 이 글은 끝과 시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이미 끝이라고 말했을 때가 시작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박사 학위를 받은 한 선배에게 이제 고생 끝났다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 선배가 말했다. “아니, 이제 고생 시작이지. 이제야 ‘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겠지.” 선배의 말은 내 가슴에 그대로 박혔다.

내가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 것은 1998년 초였다. 당시 나는 꿈을 찾았고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과정은 고단했지만 기쁨이 더 컸다. 나는 꿈을 찾고 재능을 발견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당시에 내가 모르는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자신의 발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은 본격적인 준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준비는 자신의 발견보다 열배쯤 더 어렵다는 점을 나는 몰랐다. 이것을 한 참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평생 다음과 같은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의 말을 잊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끝의 시작도 아니다. 아마 이것은 시작의 끝이리라.(This is not the end. It is not even the beginning of the end. But it is, perhaps, the end of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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