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시대, 자기혁신을 위한 조언

누구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낮선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설렘과 부푼 미래에 대한 꿈은 우리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선다. 흔히들 자신이 가야할 미래의 항로는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새로운 세상에 대해 느꼈던 짜릿함을 간직하고 유지할 수 있는 항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우리를 처음 맞이한 거대한 조직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한낱 작은 톱니바퀴처럼 느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변화 없는 무료한 일상이 지속되리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변화는 혁명을 위한 과정이다. 인간에게 있어 변화가 없다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통해 자기 혁명을 꾀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은 자기발견으로부터 시작

많은 직장인들이 변화를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해가 돌아올 때마다 개인적인 작은 소망과 함께 자신이 달성해야 할 조직목표를 계획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온갖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한 해가 지나고 나면 책상 서랍 깊숙이 간직한 첫사랑의 편지처럼 오랜 추억이 되고 말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뛰어난 자기계발 기법과 목표설정 방법론이 동원됐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때와 같은 설렘과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책을 놓는 순간 이내 현실 속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고 만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그 책들이 우리에게 잘못된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지극히 훌륭하고 뛰어난 방법들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 자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원칙중심’은 Stephen R. Covey의 깨달음이지 나 자신의 것은 아니다. 이미 글로 옮겨진 이후의 ‘원칙들’은 나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교훈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듯 자기계발을 통한 혁신은 성공한 사람들을 Benchmarking하거나 그들의 Best Practice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설령 누군가로부터 방법을 배워 성과를 보았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자기변화나 더 나은 상황으로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일상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 물음들은 지극히 쉽지만 대답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것들이다. 한동안은 지난 시간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것들을 잊고, 새로운 계획 세우기에 대한 긴장을 풀어 헤치며 ‘자신 찾기’에 몰두해 보자.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 또한 알게 됐을 것이다. 이제 그것을 조금씩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자기계발과 혁신의 필요성

1993년 출간된 Peter F. Drucker의 ‘Post-Capitalist Society’는 Polanyi의 지식가치 발견이후 지식사회의 도래를 가장 폭넓은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는 넘치는 노동력과 국경 없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토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서비스 기반산업의 비중 확대라는 상황에 처해 있다. 더 이상 기존의 노동, 토지, 자본의 소유가 경제적 유토피아를 건설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는 ‘지식사회’인 것이다. 이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식은 개인에게 있어 남들과 다른 탁월함을 선사하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지난 날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우리는 대량실업 사태를 겪으며 우리의 아버지, 나, 그리고 이웃이 직장으로부터 이탈하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떠도는 유랑민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사회에 이제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언제든지 회사를 떠나고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니라면 과거에 누렸던 철밥통의 신화도 유효하지 않다. 단순히 일상적인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변화는 사치일 뿐이다. 생존을 위해 자기계발과 혁신의 필요성을 느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나 자신을 알고 자기혁신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하며,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정체되고 도태될 것이다. 간혹 ‘내가 아니면 업무가 돌아가지 않아. 그 노하우는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그 노하우라는 것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지식이 아닌 정체되었으며, 매뉴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가 남들보다 절대적 우위에 머물 수 있도록 멈추어 주지 않는다.

필요성을 느끼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했다면 목표를 만들자.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삶의 목표는 이미 오래 전 자신의 마음 속에 간직해 두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설정하고자 하는 목표는 행복한 삶의 지향점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아니,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자.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라면 업무 속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 된 탁월함의 가능성을 발견해 보자. 그것이 자기혁신에 이르는 자신만의 항로가 될 것이다.


혁신은 나로부터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

이런 자기계발의 과정은 스스로를 지식근로자로 더 나아가 지식전문가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출간한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은 매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2시간씩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2시간은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일의 2시간은 변화를 위한 작은 노력이다. 작지만 이러한 변화를 위한 노력이 혁명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일본 기업들의 Kaigen(改善)을 통해 그 힘을 보았다. 작지만 끊임없는 노력이 남들과 다른 탁월함을 부여해 주며 진정한 전문가로 태어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의 망설임이나 나태함은 용서받을 수 없다. 지난 세기 응축되었던 변화의 힘이 오늘 현재 폭발하듯 사회변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우리의 주변 환경은 그 어떤 시기보다 빠르고 힘있게 변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방향을 알 수 없다. 만약 변화를 두려워하고 정체되어 있다면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기혁명을 기대할 수도 없다. 변화에의 대응과 자기혁명은 스스로를 지식전문가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톱니바퀴는 필요치 않다.

지금 우리 모두는 혁명을 바라고 있다. 혁명은 고되고 위험하며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까지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삶의 참다운 기쁨과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혁명의 개인적 모습인 자기혁신은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이것을 위해 단 몇 가지만 염두에 두자.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알고,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며, 그것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만들자. 그리고 작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실행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론보다 어렵다. 혁신은 나로부터 시작하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항로가 될 것이다.

출처: 한국가스공사 사보,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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