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인사회의, Session C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1997년과 2000년 두 차례의 연구를 통해 ‘인재가 경쟁우위의 필수적인 원천’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른바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인재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조사 대상기업의 약 25%에 불과했다.

연구에서 맥킨지는 ‘앞으로 어떤 기업이든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2년 여름 국내의 대표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내 업무의 절반 이상을 인재 육성에 쏟겠다”는 말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1983년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과거의 명성에서 점차 멀어져가던 크로톤빌(Crotonville) 연수원의 재건 공사에 드는 4,600만 달러짜리 지출안에 서명을 하면서 투자 회수기간 항목에 ‘무한’(Infinite)이라고 적었다.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 드는 투자는 비용과 효과 차원을 넘어선 기업 생존의 기본’이라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당시 그의 사무실에는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 한다’(People First, Strategy Second)는 격언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인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인재 육성에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언론들이 GE를 ‘경영 사관학교’ 혹은 ‘인재를 키우는 거대한 꽃밭’에 비유하곤 했다. 언젠가 잭 웰치는 국내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영자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과 같다.”고 대답했다.

잭 웰치의 인재에 대한 태도는 GE의 인사회의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중에 매년 GE의 인사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4월 시작되어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이 회의는 ‘세션 C'(Session C)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30만 명이 넘는 직원과 약 4,000명의 고위 관리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활동에 온전히 쏟아 붓는 것은 대단한 투자라 할 수 있다. GE와 잭 웰치가 인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션 C의 목적은 인력을 평가하고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를 발굴하는 것으로, 모든 사업부를 대상으로 진행 된다. 세션 C는 4월에 열리지만, 사전 준비는 사업부 별로 1월부터 시작되어 3개월 간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 회의는 사업부가 위치한 현장의 사무실에서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고 각 사업부마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배정한다. 잭 웰치는 부회장을 비롯한 인사관리 임원과 함께 각 사업부의 책임자와 리더들을 만나는데, 회의는 아침에 시작하여 하루 종일 진행된다. 회의에서 다뤄지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업부를 책임지는 임원들의 경력, 업무 수행 능력, 승진 여부, 장점 및 약점 등을 검토하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 핵심 인재를 위한 계획과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 잠재 역량이 뛰어난 핵심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이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 내부에 혁신을 일으키는 주요 이니셔티브와 이것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을 검토한다.

잭 웰치가 인재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능력의 차이’이다. 잭 웰치는 ‘능력의 차이가 곧 모든 결정의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것을 차별화’(Differentiation)라고 불렀다. GE와 잭 웰치는 인재를 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는 구체적인 도구를 개발했다. 활력 곡선은 종모양의 곡선으로 GE의 모든 직원을 ‘A등급’(상위 20%), ‘B등급’(중위 70%), ‘C등급’(하위 10%) 이렇게 세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이었다.

GE에서는 매년 모든 사업부로 하여금 그들의 수석 임원들을 평가하여 서열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런 일을 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사업부 책임자들의 리더십을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사업부 책임자들은 자신의 부서에 속해 있는 직원들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나누어 평가해야 했다. 만일 어떤 사업부의 직원 수가 20명이라면 상위 20%(A등급)에는 4명이 속하게 되고 중위 70%(B등급)에는 14명, 하위 10%(C등급)에는 2명이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잭 웰치는 활력 곡선을 활용하여 직원들을 A, B, C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A등급의 사람들은 B등급의 사람들에 비해 두 배에서 세 배 이상의 급료를 받는다. 또한 A등급의 사람들에게는 많은 양의 스톡옵션이 부여된다. 이것은 그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회사의 기본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 잭 웰치의 표현을 빌리면, ‘A등급의 사람을 잃는 것은 죄악’이고 ‘철저한 관리로 그들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회사로부터 철저한 애정과 관리를 받게 되는 A등급 직원 중 GE를 그만두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B등급의 사람들에게는 그 해의 노고를 치하하는 고정적인 임금 인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없으면 회사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GE에서 B등급의 직원들은 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 등급의 사람들 중에서도 60% 내지 70% 정도는 스톡옵션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C등급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잭 웰치는 C 등급의 사람들은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기 보다는 의욕을 상실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하위 10%에 속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원칙이다.

C등급에 해당하는 10%의 직원을 선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가볍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한다. 이 에피소드는 잭 웰치의 저서인 ‘끝없는 도전과 용기’(Jack: Straight from the gut)에 나와 있다.

“GE를 떠나기 며칠 전에 나는 새 스웨터를 사러 뉴욕의 5번가에 있는 한 상점에 갔다. 나를 도와주던 판매원이 내 치수에 맞는 옷을 찾으러 아래층의 창고로 내려간 사이에 그 가게의 지배인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웰치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젊은 흑인이었는데 지난 밤 찰리 로즈(Charlie Rose)와의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내 얘기를 재미있게 들었다고 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로즈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직원들 중에서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조직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도록 나를 계단 밑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그의 매장에서 20명의 판매원이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물었다. ‘웰치 씨, 제가 정말로 그 중에서 2명을 해고해야 할까요?’  ‘당신이 5번가에서 가장 뛰어난 판매원을 두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나는 내가 했던 말이 이번에는 GE 내부로부터 내게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5번가에 있는 옷가게의 지배인으로부터 돌아왔다는 사실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힘겨운 도전을 했을 때 그로 인해 초래될 어려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GE였지만 부하직원들을 ‘20-70-10’이라는 틀로 분류하는 것은 관리자들에게 있어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일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일이었다. 제도를 실시한 첫해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해가 갈수록 하위 10%를 분류하는 일이 힘들어졌다. C 등급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서의 책임자들은 어떤 부하 직원을 C 등급으로 밀어 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발적이고 정직하게 C 등급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자, 웰치는 부서 책임자들을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했다. 새로운 책임자들은 부서원들과 감정적으로 얽매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하위 10%를 가려내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하위 10%의 사람들을 회사에서 나가게 하는 방법이 잔인하고 몰인정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잭 웰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잔인하고 거짓된 친절은 바로 스스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회사에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이다. 진정으로 잔인한 것은 그들이 나이가 들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교육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서야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활력 곡선이 잔인한 것이라는 생각은 그릇된 논리와 그릇된 친절로 가득 찬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생겨난 것이다. 왜 대학을 졸업하면 그 후의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단 말인가?“

세션 C에서는 활력곡선을 활용한 ‘인재 평가’와 함께 ‘인재 육성’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세션 C에서 잠재력이 큰 직원들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각자 지도자(mentor)를 배정 받게 된다. 이런 지도 프로그램은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큰 잠재력을 가진 지도 대상자(mentee)들은 제품에 해당되고, 그들의 지도자들인 최고경영진들은 제품을 개발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지도자는 자신의 지도 대상자를 A 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리든지 아니면 새로운 지도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 지도 대상자는 인재 육성의 성공 정도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 받게 된다. 세션 C의 과정을 대략 훑어만 봐도 GE와 잭 웰치가 얼마나 철저하게 인적 자원을 평가하고 관리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인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집중적인 노력에 대해 잭 웰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사실 하루나 일 년 동안 내게 인적 자원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한 점은 내게 많은 것을 의미했다. 나는 항상 모든 계층의 관리자들에게 나처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내가 그들에게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그들 또한 그들의 부하 직원에게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잭 웰치라는 인물에게는 관심도 없는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관리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은 에너지와 의무, 그리고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 (……) 내가 모든 GE의 관리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부하 직원들에 관한 한 그들 모두가 CEO라는 사실이다.”

주요 사업부를 대상으로 한 달간의 인사회의(Session C)가 마무리되면, 7월에는 두 시간 동안의 화상 회의를 통해 인사회의에 대한 점검(Session C follow-up)을 실시하고, 11월에 열리는 2차 인사회의(Session C-IIs)에서는 4월에 상정되었던 인사 관련 사안들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것이 GE의 공식적인 인사관리의 주요 과정이다.

잭 웰치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잭 웰치 후의 GE’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웰치는 종종 세션 C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세션 C가 자신의 임기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이 제도를 통해 각 리더와 단위조직은 각자의 인력풀 강화 계획을 반드시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E의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인 빌 코너티(Bill Conaty)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션 C가 GE에서 가장 확실하게 규정된 프로세스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잭은 그 프로세스에 특유의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세션 C는 사실 잭이 최고경영자로 부임하기 전부터 실행되어 왔고, 그가 퇴임한 이후에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핵심 인재에 대한 잭 웰치의 남다른 관심과 집중적인 노력은 그의 책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Jack: Straight from the gut)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 중 한 대목을 옮겨본다.

“사실 하루나 일 년 동안 내게 인적 자원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한 점은 내게 많은 것을 의미했다. 나는 항상 모든 계층의 관리자들에게 나처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내가 그들에게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그들 또한 그들의 부하 직원에게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잭 웰치라는 인물에게는 관심도 없는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관리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은 에너지와 의무, 그리고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 (……) 내가 모든 GE의 관리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부하 직원들에 관한 한 그들 모두가 CEO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GE와 잭 웰치로부터 배워야할 것은 ‘세션 C’라는 인사회의 방식이 아니다. 어느 기업이 ‘세션 C’의 규칙과 프로세스를 가져와 도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션 C 방식을 모방한 기업과 경영자가 GE와 잭 웰치가 이룬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세션 C의 방식이 아니다. 핵심은 사람(인재) 지향적 태도를 갖는 것이다. 태도가 시작이다. 마음 없는 방법론은 부실해지기 쉽고, 지속되기는 어렵다. 마음이 있으면 방법론이 보이고, 여기에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지면 방법론은 튼튼해진다. GE는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온 기업이다. 그런 노력이 섹션 C로 표현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1)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Jack: Straight from the gut, 2001), 잭 웰치(Jack Welch), 청림
2) 잭 웰치와 GE 방식 필드북(The GE Way Fieldbook, 2000), 로버트 슬레이터(Robert Slater), 물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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