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브랜드인가?

현대는 ‘자기과시의 시대’ 다. 1950년대나 60년대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저 아무거나 먹고 입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공급은 수요를 추월했고 기업들의 경쟁은 점차 심해졌다.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해짐으로써 이에 대응하려는 현대 기업들의 경쟁상황은 가히 ‘체급 없는 권투경기’와 같이 치열하고 무서울 정도다.

그와 함께 소비문화 역시 ‘기능적 소비’에서 ‘기호적 소비’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소비자들은 상품의 주요기능보다도 상품이 갖는 이미지나 스토리를 누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제품의 상징을 소비하는 것이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무엇을 갖고자 한다, 소비자의 차별화 욕구인 것이다. 멀리갈 것도 없이 나 자신을 봐도 그렇다. 나는 맥주는 ‘카스’를 마시고 커피는 ‘맥스웰’, 담배는 ‘디스’를 태운다. 제품의 기능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제품의 이미지가 나와 공유되는 것이다. 나는 맥주, 커피 그리고 담배를 구입하는게 아니라 ‘카스’, ‘맥스웰’ 그리고 ‘디스’라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체험'(experience)이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기업의 서비스를 즐기고자 한다. 그 서비스에 얽힌 추억을 남기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비스와 인간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다. 어째서 젊은이들은 TGI를 좋아할까? 왜 생일잔치를 굳이 비싼 TGI에서 하려고 할까? 탁월한 음식 때문일까 아니면 종업원들의 좋은 서비스 때문인가? 정답은 이 모든 것을 합친 것 이상의 알파, 즉 ‘체험’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음식이나 서비스가 아닌 즐겁고 유쾌한 ‘체험’을 구입한 것이다. 현대 기업들의 제품은 치열한 경쟁으로 그 기능과 품질은 비슷해지고 있다. 만약 같은 수준의 품질이라면 소비자의 마음을 정말로 움직이는 것은 경험을 지배하는 브랜드 이미지이다. 앞으로 경험을 파는 시대에는 브랜드가 더욱더 중요해진다.

현대의 정보통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TV나 라디오처럼 본격적인 대중 정보화 매체로 등장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들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의 흐름이 자유스러워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과 가격 결정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들에게는 좋은 소식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격’으로 승부하던 기존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속일 수 없게 됐다. 이제 소비자들은 스스로 제품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가장 저렴하고 가장 편안하게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가격으로 경쟁했다가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런 상태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가진 기업들은 승승장구할 수 있다. 즉, 차별화된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함께 망하는 가격 경쟁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중의 하나가 바로 브랜드의 구축이다. 기업이나 제품이 브랜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고객이 그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브랜드력을 지닌 기업과 제품은 가격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소비자의 지식수준이 기업과 동등해지고 상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 현대에서 브랜드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카콜라나 나이키, 이 기업들이 미국기업인가? 이 기업들은 ‘글로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다국적 또는 세계 기업이다. 세계는 문화적으로 동질화되고 전체적인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성향에 있어서도 지역적 차별성이 퇴색되고 있는 시점이다. 세계 소비자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지식, 문화, 생활수준 등이 유사해지고 있다. 상호간의 공통성이 증대됨은 당연하다. 이를 우리는 글로벌화 또는 세계화라고 하며 개인은 글로벌 소비자, 기업은 다국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글로벌화는 기업에게는 세계의 단일 시장화라는 기회이며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간다. 동일한 제품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지만 일단 성공할 경우의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이제 기업들은 세계의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세계적인 브랜드 노출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똑똑한 제품하나로 전세계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브랜드력이 필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과연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이전까지 남의 돈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던 우리 기업들은 얼마 전 ‘IMF’를 맞았다. 국민과 기업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그러면서 배운 교훈이 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기업들도 규모와 매출보다는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남기는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즉 ‘자본 회전율’보다는 ‘매출 이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출 이익률을 높이는 것은 상품의 원가를 줄이거나 그 상품의 가격(매출 단가)을 높이면서 달성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매출 단가를 높일 수가 없다. 상품가격이 올라도 소비자가 떠나지 않으려면 바로 제품의 브랜드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에게는 강력한 브랜드나 브랜드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IMF를 맞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삭감한 것이 연구 개발비와 광고비였다.(일부 산업, 정보통신 분야는 예외다) 브랜드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력개발, 기술 개발, 광고, 홍보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상품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이 가격 위의 수준이다. 이를 탈피하여 ‘품질이 좋아서 산다’라는 품질 경쟁력을 지나, ‘비싸지만 고급이기 때문에 산다’라는 이미지 경쟁력(브랜드력)까지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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