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지식경영은 조직 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식을 저장하고 공유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지식을 창출해 나아가는 일련의 조직 활동을 의미한다. 이렇게 지식경영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조직 안 혹은 조직 밖의 ‘지식(知識)’이다. 지식경영의 전략은 바로 이러한 지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의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어떤 방법을 통해 지식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의미를 나타낼 뿐 아니라, 동시에 그 대상이 되는 지식객체(knowledge objects)가 어떤 유형을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의 유형은 형식화될 수 있느냐 혹은 그렇지 않는가에 의해 나뉠 수 있고,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두 가지 방법이 지식경영의 활용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 기술의 활용

지식경영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갔다. 많은 기업들이 IT 기술을 이용해 문서화된 지식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관리하게 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정보기술을 이용한 지식경영 전략이 크게 각광받게 되었다.

이렇게 지식관리시스템을 이용한 지식경영 전략을 Codification Strategy라고 한다. 지식의 재사용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지식은 정형화되고 문서화된 지식에 한정된다. 이쿠지로 교수가 말하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Codification Strategy를 사용할 수 있는 예로는 조선이나 건설 업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배 한 척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설계도는 CD 두 장에 가득 찰 정도로 방대하지만 배를 새로 만들 때마다 설계도를 모두 새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주의 특별한 요구를 제외하고는 기존에 작성되어 있는 설계 기술과 노하우가 그대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건설도 마찬가지이다.


인적 네트워크의 활용

Codification Strategy 전략과 달리 정보기술의 도움 없이도 지식경영을 수행할 수 있다. 바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식은 근본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思考) 과정의 산물이다. 바로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촉진하고 극대화하는 것이 Personalization Strategy이다. 일대일 접촉을 통한 지식공유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ersonalization Strategy는 Codification Strategy와 달리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다루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는 지식은 문서화를 통해 정형화되면 그 고유의 특성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Personalization Strategy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Personalization Strategy가 사용되는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내 전문가 모임, Town meeting 등과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들을 모아 솔루션을 찾아가도록 하는 과정이 그러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잘 구성해야 하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고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전략을 활용할 것인가?

어떤 전략을 활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기업의 ‘비전과 전략’에 달려 있다. 하위 부문의 전략이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식경영 전략도 그 기업의 전사적(全社的) 전략에 수렴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사적 전략에 적합한 지식경영 전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지식의 유형은 무엇인가?
어떤 유형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생산하는 제품이 혁신적인가 혹은 일상적인가?

첫 번째 질문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로 명시지가 사용되는가 아니면 암묵지가 사용되는가를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의 수리를 담당하는 서비스 회사를 생각해 보자. 모든 직원들이 수리에 필요한 지식을 머리에 넣고 있을 수 없다. 직접 찾아가서 보면 알겠지만 미리 만들어져 있는 매뉴얼을 활용해 제품의 이상을 진단하고 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Codification Strategy가 효과적이다.

반면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는 정형화된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의 대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 유형도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른 처방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암묵지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Personalization Strategy가 활용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제품 혹은 서비스가 표준적인가 그렇지 않는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표준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나 가전제품 생산업체 역시 표준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고 발생하는 문제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Codification Strategy를 활용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비표준적, 즉 맞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Personalization Strategy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다르고 지식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 단위당 이익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전문가에 의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생산되는 제품이 혁신적인가 혹은 일상적인가를 묻는 것이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면 그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Personalization Strategy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미 생산과 시장이 성숙된 단계의 제품이라면 그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어 Cordificatoin Strategy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사실 두 전략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서비스 회사의 예로 돌아가 보자. 전자 제품 서비스 회사는 제품을 수리하는데 있어 아주 체계화된 프로세스(processes)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수리하는데 따르는 지식과 노하우를 잘 작성된 매뉴얼로 만들어 두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가져온 제품들은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는 고장이 그 원인인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통상적인 프로세스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매뉴얼에도 해결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비결은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새로운 고장 원인에 대한 해결 방법을 만들고 나누어 가는 것이다. 현실 속의 프로세스와 회사가 규정한 프로세스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Personalization Strategy가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제록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일찍이 알게 됐고 세계를 연결하는 서비스 직원의 지식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상당한 성과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 두 가지 전략은 혼재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게 될 전략과 부수적으로 활용할 전략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에 문제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양쪽 전략에 다 매달리려 한다면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전략의 혼동은 사업 기반 자체의 혼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두 전략의 비율은 80 : 20이 적합하다고 한다. 각각의 전략이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식의 ‘근본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을 채택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성격도 어느 한쪽 유형의 지식에 더 익숙한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쪽 전략에 똑같은 노력과 자원을 쏟아 부을 수도 없다.

궁극적으로 기업에 적합한 지식경영 전략을 얼마나 잘 찾느냐는 기업이 처한 ‘경제적 환경’과 ‘기업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전략을 찾았다면 아낌없는 투자가 뒤따라야 하며, 지식 활용의 주체가 될 조직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참여하는 구성원들 스스로 지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 그보다 좋은 유혹은 없을 것이다.

참고:
1) Morten T. Hansen; Nitin Nohria; Thomas Tierney, What’s Your Strategy for Managing Knowledge?, HBS, March 01, 1999
2) John Seely Brown; Paul Duguid, Balancing Act: How to Capture Knowledge Without Killing It, HBS, May 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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