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의 스프링보드, 지식실행공동체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은 경영 기법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영 패러다임이다. 지식경영의 도입 여부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조직 구성원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내 지식의 60% 이상이 암묵지(暗黙知) 형태로 각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보면, 조직 구성원들의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인재 전쟁(talent war)이라는 용어는 지식 전쟁(knowledge war)으로 바꾸어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식을 비롯한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기업이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지식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기업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구성원 간 대화가 없고 언제나 고요하기만 한 일터에는 ‘건전한 흐름(sound flow)’이 단절되어 있다. 지식경영의 핵심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닌, 바로 이 건전한 흐름에 있으며 지금부터 우리가 이야기하게 될 지식실행공동체가 올바른 지식경영의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건전한 흐름의 마당, CoP

지식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부서나 직급이라는 벽에 갇혀서는 안 된다. 벽을 넘어서 상호 간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조직 내에는 많은 벽이 존재한다. 이런 벽을 깨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건강한 ‘비공식 조직(Informal Group)’을 육성하는 것이다.

비공식 조직의 육성을 통한 지식경영의 실천 방안으로 핵심적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식실행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이다. CoP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하며 학습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비공식적 소규모 연구모임’을 의미한다. CoP는 일과 학습이 혼융된 것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자율성과 자발성은 CoP의 핵심이다.

CoP는 지식의 창출과 교환을 위한 무대를 제공한다. 같은 관심사나 문제 그리고 목표를 토대로 CoP라는 무대가 형성되고, 지식이 오고 가기 시작한다. 지식의 교환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은 심화되고 새로운 지식이 창조된다. CoP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 간에 협조망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전문가를 발굴할 수 있다. 경험과 아이디어의 공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개인 역량 개발도 강화할 수 있다. 비슷한 관심사와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들과 대화하고 토론을 하는 것은 중요한 학습 과정이다.

또한 CoP 활동은 직원들에게 ‘의도되지 않은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 경영진이 정책적으로 직원들을 위해 교육 과정이나 능력 개발 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직원들이 CoP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 CoP 활동은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반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확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인 IBM에는 전문가 집단(Communities of Professionals)이라는 CoP가 있다. 이들은 다운사이징과 전직 등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직원들의 전문 지식을 기업 내에 유보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서 큰 성과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지식경영을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 중 하나인 LG-EDS는 지식경영 도입 초창기부터 CoP를 지원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문가 동호회’이다. 이 모임은 사내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동호회를 구성하여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기업 내에서 유사한 업무나 전문기술을 다루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나 지식공유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지식경영의 스프링보드

CoP는 한 번 활성화되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CoP의 활성화는 지식공유 문화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CoP를 활성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정책적으로 혹은 강압적으로 CoP를 육성하려는 경영진의 시도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왜냐하면 CoP는 자발성과 자율성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자발성과 자율성은 CoP에 있어 공기이자 햇빛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CoP는 강력한 지식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 다양한 견해와 정보가 건전한 흐름 속에서 활발히 소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CoP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고 체화되어 가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구성원 간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해서 원만한 조직 문화 형성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대가 가능해진다.

지식의 창출과 공유는 사람들 간의 접촉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다. 사람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CoP는 지식의 건전한 흐름을 극대화하여 성공적인 지식경영을 위한 ‘도약판(Springboard)’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특히, 조직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지식의 공유를 통해 고객만족과 업무 성과 향상을 도모하려는 기업이라면 CoP의 활성화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CoP는 그 어떤 지식경영 도구나 기법보다 동적이고 강력한 지식 창출의 근원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신동아화재 사보 ’06년 2월호, 송지환/홍승완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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