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O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방식

아이디오(IDEO)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기업이다. IDEO는 초기 애플 컴퓨터의 마우스, 개인휴대단말기(PDA)인 팜 V(Palm V), 로지텍(Logitech)의 트랙볼(trackball)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여러 제품을 디자인했다.

오랄 비(Oral-B)의 어린이 전용 칫솔, 모든 낚시 장비가 하나로 통합된 올인원(all-in-one) 낚시도구 세트, 자동 밀폐식 스포츠 음료 용기, 한 번에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P&G의 크레스트 니트 스퀴즈(Crest Neat Squeeze) 치약, NEC의 노트북 버서(Versa) 등과 같은 히트 상품을 디자인하거나 개발한 회사도 IDEO이다. 이 회사는 이동통신과 인터넷 장치에서부터 어린이 용품,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해왔다. ‘포춘’은 IDEO를 취재한 기사 제목을 “이노베이션 유니버시티(Innovation University)의 하루”라고 붙였다. 매년 봄 ‘비즈니스 위크’는 디자인 회사들을 평가하여 순위를 발표하는데, IDEO는 1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IDEO가 이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다. IDEO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회사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의 4가지 기본 규칙’을 알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의 4가지 기본 규칙>

  1. 다른 사람의 발언을 비판하지 않는다.
  2. 자유분방한 발언을 환영한다.
  3. 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4.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한다.

많은 기업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지만 IDEO와 같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IDEO가 브레인스토밍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IDEO에서 브레인스토밍은 종교나 다름없다. 거의 날마다 실천하다시피 한다.” 최고경영자인 톰 캘리(Tom Kelly)의 말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어느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브레인스토밍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IDEO에서는 매일 어떤 팀인가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IDEO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방식에 있다. IDEO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데, 이는 다음의 8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초점을 명확히 한다.

해결해야할 과업이나 문제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브레인스토밍은 전략이 없는 회사와 같다. 초점이 없으면 길을 헤맬 것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기치 않은 행운이나 한 사람의 천재가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여러 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브레인스토밍에 능숙한 사람들은 문제를 잘 다듬어서 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시기에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문제를 명확하게 묘사하면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주제로 접근할 수 있고 브레인스토밍은 훌륭한 출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엎질러지지 않는 커피 컵 뚜껑’은 브레인스토밍 주제로 좋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제한된 주제이고 또한 이런 식의 주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전거 컵 홀더’ 역시 좋은 주제가 아니다. 너무 제품 중심적이다. 사용자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 제품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브레인스토밍에 있어 좋은 주제는 초점이 명확하고 결론을 미리 내지 않는 주제이다. 이를테면 ‘자전거 통근자들이 커피를 엎지르거나 혀를 데지 않으면서 커피를 마시도록 도와주는 방법’ 같은 것들이 좋은 주제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는 사람은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덤벼들 수 있는 구체적인 주제를 창조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고객 중심의 브레인스토밍 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회사 내부의 관점 보다는 특정한 고객의 욕구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X 회사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보다는 “우리의 A제품에 대해 고객이 지적하는 B라는 불만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이 특정한 고객 중심의 브레인스토밍 주제가 혁신에 도움이 된다.


규칙을 만든다.

브레인스토밍이 일반적인 도구가 될 정도로 보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적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규칙을 정하지 않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브레인스토밍의 핵심 중 하나는 ‘비판 없이 자유롭게 발언 한다’는 점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브레인스토밍에는 규칙이 필요 없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브레인스토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팀과 사람들은 여지없이 브레인스토밍에 실패한다’ 이것이 비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의 특징이자 원인이다. “브레인스토밍 자체가 흔히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도구로서 그리고 기술로서의 브레인스토밍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IDEO의 최고경영자 톰 캘리의 말이다. 규칙 없는 브레인스토밍은 방향타도 선장도 없는 배와 같다.

IDEO는 자신들의 브레인스토밍 규칙을 회의실 벽 곳곳에 큼지막하게 써 붙인다. 이를 테면, ‘많은 것을 찾아 나서라’, ‘엉뚱한 아이디어를 격려하라’, ‘시각화하라’, 뭐 이런 것들이다. IDEO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규칙은 ‘어떤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반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이 규칙은 브레인스토밍의 기본 규칙 중 하나이다. IDEO는 이 규칙이 기본적이고 중요한 규칙이기 때문에 철저히 지킨다. 반박과 비판은 브레인스토밍에 필수적인 열정과 활기를 약화시키게 된다. 반박과 비판이 난무하면 그것은 더 이상 브레인스토밍이라 부를 수 없다. 브레인파이팅(brain-fighting)이라면 모를까.

여기서 핵심은 ‘IDEO의 브레인스토밍 규칙’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IDEO의 규칙을 베낄 바에는 벽에 브레인스토밍 규칙을 붙이는 IDEO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브레인스토밍에는 규칙이 필요하며, 규칙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규칙을 분명히 전달할 수 만 있다면 커다란 포스트 잇을 사용하든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든 인쇄물을 나눠주든 간에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없다.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

창의력 분야의 전문가들은 아이디어에 번호를 붙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이것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별로 없다. IDEO 조차도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는 방식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습관화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나오는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기는 일은 두 가지 점에서 도움을 준다. 첫째, 그것은 모임 전이나 진행 중에 참가자를 자극하는 도구가 되며(“오늘 우리는 백 가지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처럼), 혹은 브레인스토밍이 얼마나 활기차게 진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백 개의 아이디어가 나온 걸 보니, 우리가 적어도 열심히 말한 것은 분명해”와 같이)이 된다. 둘째, 현재 위치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로 도약하거나 2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것을 도와준다.


때로는 단숨에 뛰어넘는다.

정력적인 사람들은 일련의 가파른 역학 곡선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 곡선에서 추진력은 서서히 구축되다가 힘차게 도약한 후 다시 안정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최고의 진행자는 처음 단계에 가볍게 건드리며 대화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관념적인 이야기들로 아이디어가 정체될 때 새로운 자극과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팀의 에너지가 떨어질 무렵, 진행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앞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커피 마시는 사례를 들었는데, 추진력을 유지하는 좋은 제안의 구축 방법은 다음과 같다. “완충 장치는 대단한 아이디어입니다. 자, 자전거가 울퉁불퉁한 도로에 부딪쳤을 때 커피가 엎질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회의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을 때 그런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점프 능력으로는 이런 것이 있다. “좋아요. 화제를 잠깐 바꾸어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두 손으로 내내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핸즈 프리’ 해결 방안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아이디어를 토대로 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분발하도록 격려하거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아주 급하게 건너뛰었던 예전의 길로 되돌아가거나 혹은 아예 새로운 접근으로 전진하는 것도 좋다.


아이디어를 사방에 기록한다.

장소는 기억을 깨운다. 훌륭한 브레인스토밍 리더는 ‘공간 기억’의 힘을 알고 있다. 이런 리더는 아이디어를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 기록한다. IDEO가 흔히 이용하는 매체는 매직 펜, 벽에 붙이는 커다란 포스트 잇 메모지, 화이트보드 등이다. 브레인스토밍은 집단 지향적인 과정이다. 회의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은 그룹을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다.

IDEO는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기 전에 벽과 평평한 표면을 종이로 덮는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여백이 모자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기 위해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지워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아이디어를 여백에 기록하고 스케치하면서 방안을 이리 저리 걸어 다니면 어떤 활력과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공간 기억’은 이전에 나온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을 때의 생생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정신의 근육을 적절한 상태로 긴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인스토밍은 끝이 없는 여행이 아니다. IDEO에서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은 60분의 브레인스토밍에서 100가지 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으로 본다.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는 초기에 ‘워밍업’ 과정을 통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이 좋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워밍업이 필수적이다.

  • 팀이 이전에 함께 일한 적이 없는 경우
  • 팀원 대부분이 브레인스토밍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 필요하지만 관련 없는 쟁점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졌을 때

IDEO는 워밍업할 때 ‘주제와 관련된 자료나 물건’을 종종 활용한다. 예를 들어, 브레인스토밍의 주제가 와인 병 디자인에 관한 것이라면, 브레인스토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세계 각지에서 모은 다양한 음료 용기를 늘어놓고 살펴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참석한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이미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실시한다.

IDEO는 시각적인 브레인스토밍의 효과를 믿는다. 그래서 스케치, 마인드 매핑(mind mapping), 도형, 시제품, 사진 등을 많이 활용한다.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전달력과 이해력이 높다.

IDEO는 시각적이고 입체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한다. 우선, 사람들은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갖고 올 수 있다. 주제와 관련이 있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경쟁 상품, 다른 분야의 획기적인 해결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장비와 첨단 기술 등)이든지 상관없다. 두 번째로 여러 재료(나무 토막, 스티로폼, 파이프, 접착 테이프 등)를 구비하여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본다. 원하는 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시제품이다. 미완성이어도 좋고 조잡해도 좋다. 사고를 자극하고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 번째로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활용한다. 즉, 현재의 사용 패턴을 실천해보고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만져보고 느껴보고 뜯어서 살펴본다. IDEO는 자동판매기에서부터 카시트, 마우스, 치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바디스토밍을 실시해왔다.

IDEO가 노트북 컴퓨터를 디자인한 적이 있었는데, 한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컴퓨터의 본체 부분과 액정 모니터 부분을 어떻게 연결하여 휴대가 가능하도록 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당시 팀원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노트북을 피아노 경첩처럼 ‘접어서 닫는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체와 모니터를 연결할 튼튼하면서도 가느다란 막대기가 필요했다. 팀원들은 자전거 상점에서 해결안을 얻었는데, 노트북 연결고리로 자전거 바퀴살을 응용한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그리고 하지 말아야할 것은 하지 않는다)
IDEO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IDEO가 처음부터 브레인스토밍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뭔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 뭔가에 대해 계속해서 배워야하고 개선하고 연구해야 한다. IDEO도 예외가 아니다. IDEO의 브레인스토밍 방식은 수 년 간의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톰 캘리는 ‘브레인스토밍을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고, 끊임없이 잘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브레인스토밍에서 하지 말아야할 것들도 있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쾌한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6가지 방법’인데, 아마 한 번 보기만 해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불쾌한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6가지 방법

  • 반드시 보스가 먼저 말한다.
  •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 전문가만 발언한다.
  • 특별한 장소를 잡아서 한다.
  • 진지한 말만 해야 한다.
  • 메모를 위한 메모에 집착한다.

참고: 유쾌한 이노베이션(The art of innovation, 2001), 톰 캘리(Tom Kelly), 조너던 리트맨(Jonathan Littman),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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