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위대한 구루(guru)에 대한 비판!

현재 정상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게는 어떤 ‘성공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기업의 조건’이라는 주제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들뿐만 아니라 여러 경영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수많은 논쟁과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다양한 저자들의 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불변의 원칙’은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켰다.

‘탁월함을 찾아서'(in serch of excellence)의 ‘봅 워터맨’과 ‘톰 피터스’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최초의 대중적인 ‘구루'(Guru)가 되었지만, 그들이 추켜 세웠던 ‘탁월한 기업’의 3분의 1은 조용히 기업 묘지에 묻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열렬히 강조했던 ‘탁월함을 창출하고 유지시켜 주는 요소’는 이제 너무 낡아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맥킨지의 일개 컨설턴트에 불과했던 ‘톰 피터스’는 세계 비즈니스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소유한 권력자로 변신하게 됐다. 그의 괴상한 행동은 모든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고 조금은 어설픈 모션이 가미된 강연은 몇 만 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러한 예는 너무나 많으며 그 만큼 기업을 성공하게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점도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유명한 대가들이 같은 기업을 두고 서로 다른 성공요인을 주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세계최고의 소매상인 ‘월마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월마트의 성공에 대한 책이나 보고서를 모아보면, 가장 적절한 답은 ‘월마트의 모든 것!!’일 것이다. 이것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핵심성공요소'(key success factor)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즉 너무나도 다양한 성공요인들 중에서 그야말로 ‘핵심적’인 것들만 뽑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문가들마다 다름은 어쩔 수 없다. 우리를 더욱 난감하게 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같은 기업에서 같은 성공요인에 대해서도 다르게 아니 너무나도 개성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많은 비즈니스의 구루들은 ‘월마트’의 성공요인으로 창업자인 ‘샘 월턴의 리더십’을 뽑고 있다.(이 정도는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성공요인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어떻게 해석되어졌느냐 이다.

크고 작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초등학생들처럼 얌전히 않아있는 세미나 홀에서 나이가 지긋하고 매우 권위에 찬 한 구루가 말한다. “월턴은 봉사자(servant)다. 그의 리더십 핵심은 봉사, 희생 그리고 신뢰다.” 이 말에 청중들은 감동하여 거의 울어 버릴 지경이다. 바로 옆 호텔의 다른 세미나실을 살펴보자. 눈에 엑스빛이 감도는 깔끔한 차림의 젊은이가 조금은 의심에 찬 나이먹은 ‘곰’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외친다. “월마트를 보라!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어떻게 미국의 보잘 것 없는 시골 촌구석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성장하였는가? 샘 월튼의 머리는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 마음은 ‘신뢰와 인간 존중’ 그리고 그의 굳건한 다리는 ‘끊임없는 개선’이라는 최강의 무기로 무장돼있다. 그리고 이러한 창업자의 분신이 바로 월마트! 월마트인 것이다.” 풍부한 경험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신하며 젊은이에게 의혹의 눈빛을 던지던 우리의 최고경영진들은 온데 간데 없이 모두 기립박수다. 젊은이의 곰사냥은 매우 성공적이다. 원가 500원짜리인 그의 비디오 테입과 새로 나온 그의 책, 자료집은 불티나게 팔리고 드디어 그도 경영의 위대한 구루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샘 월튼이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실소를 금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샘 월턴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가족들은 ‘Harvard Business School’이 마련한 ‘샘 월튼의 리더십’에 관한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샘월튼의 리더십에 대해 위와 같은 열변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족들의 반응은? 그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음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훗날 샘월턴의 아들인 ‘짐 월턴’은(Jim Walton)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아버지, 샘 월턴에 대해 직관적으로 복잡한 계획을 세우고 정교하게 그것을 실행시킨 위대한 경영전략가라고 쓴 작가들에 대해 우리 모두는 낄낄대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예는 찾으면 끝이 없다.

한가지만 더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CRM을 도입하고자 하며, 지금 CRM 솔류션을 제공하는 회사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도표와 그림, 듣도 보도 못한 전문용어와 외래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진지한 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프리젠테이션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도 질문은 하지 않는다. 질문은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뿐이다. 더욱이 최고경영자의 얼굴을 보면 그의 얼굴에서는 비장함마저 흐른다. 그의 속마음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해야 할 것 같아! 경쟁자들도 한다고 하잖아!’ 이렇지 않을까? 사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발표가 끝난후 조심스럽게 옆의 동료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뭔소리야? 발표내용을 좀 간단하게 설명해줘!” 이어지는 동료의 대답 “자네도야? 난 자네한테 물어 볼려고 했는데…” 그리곤 서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군. 정말 다행이야!”

누구의 잘못인가?

비즈니스와 관련된 복잡하고 다양한 컨설팅 산업이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나 컨설턴트들이 말하는 비법이나 만병통치약에 대한 맹신이 증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중세시대 납을 금으로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사’처럼 행세한다. 우리는 보다 비판적이고 실행지향적일 필요가 있다. 좋은 방법이란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누군가의 말이나 다른 기업이 실천하여 성공했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맞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가, 우리의 목적과 전략에 부합하는가 이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경영자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과 역시 경영의 위대한(?) 구루라고하는 ‘톰 피터스'(Tom Peters)의 말을 끝으로 마무리를 짖고자 한다.

“지도자라고? 당신은 도처에서 보석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것의 대부분은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은 서점의 비즈니스 구역에 가서 멋진 제목들을 보고 300달러를 소비한 다음 그들 모두를 던져 버려라!”…… 루퍼트 머독

“우리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유일한 집단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속고 있는 것이다.”…… 톰 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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