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방법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다. 배우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얻을 것이 없다. 21세기가 지식사회임을 인정한다면, 또한 지식사회에서 ‘부의 분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으로 무장해야 함을 인정한다면 배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배움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금부터 이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다. 당연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식욕없는 식사는 건강에 해롭듯이, 의욕이 동반되지 않은 공부는 기억을 해친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은 의욕을 부른다. 의욕은 학습과 상관관계가 높다.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일평생 단 일분도 쉬지않고 일했다는 말도 옳고, 내가 단 하루도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한 적이 없다는 말도 옳다.” 이 정도는 해야 올바른 배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정도는 배워야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의 성과는 자신의 강점에서 창출된다’고 말했다.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 또한 ‘자신의 강점에 기대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라. 시간과 에너지의 70%는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전체를 볼 것
서울대학 경영대학원의 윤석철 교수는 ‘기업과 경영 전체를 볼 수 있는 경영자의 눈’을 강조한다. 뭔가를 배울 때에도 전체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기본이 중요하다. 어떤 특정 부분에만 강하다는 것은 ‘응용의 가능성’이 좁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칙연산을 모르고 미적분을 풀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감독인 거스 히딩크는 ‘현재 축구는 토탈사커이다. 따라서 선수는 하나의 포지션만 책임져서는 안된다. 앞으로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전문가는 지식의 깊이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지식의 넓이와 깊이 모두 중요하다. 다시 말해 지식사회는 ‘T자형 전문가의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식을 쌓는 것도 T자형이 되어야 한다. 깊이와 넓이, 즉 전체를 보면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일정한 시간과 일정한 시간대 : 조용한 지속
교육심리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매일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부정기적인 학습보다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의 하루는 22시간이다. 그는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에게 2시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의 하루는 22시간이다. 그렇게 그는 5년을 살았고 좋은 책 여섯 권을 냈다.

철학자 칸트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언제나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5시에 일어난다. 5시부터 7시까지 강의를 준비하고 7시부터 9시부터 강의하고 9시부터 1시까지 책을 읽고 썼다고 한다. 전혀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죽는 날까지도…

뭔가를 배울려고 한다면, 특히 독학으로 한다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최고의 역사평론가인 와타나베 쇼이치로는 배우는 데 있어 ‘두뇌의 워밍업’을 강조했다. 뭔가를 배울 때나 일을 할 때, 인간의 두뇌는 처음부터 잘 작동하지 않으며 따라서 온도가 차차 올라가는 용광로처럼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2시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습해야 한다.

다섯째, 하나의 화두를 깊이 그리고 넓게 파고든다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3년에 한번씩 새로운 주제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60여년을 보낸 그가 경영과 경제뿐만 아니라 중세역사, 일본 미술, 통계학, 법과 정치 등에도 정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능있는 건축가인 김진애는 하나의 화두(주제)를 공부할 때 적어도 세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도 한 분야를 공부할 때 적게는 15권 많게는 500권 정도를 읽는다고 한다. 전문적인 칼럼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뭔가의 기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의 대표적인 입문서와 고전을 세 권은 읽어야 한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이제는 그 깊이와 넓이 모두를 넓혀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의 화두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관련 책뿐만 아니라 영화, 시, 소설 등도 자신이 정한 하나의 주제에서 다룬다. 이정도 하려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안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방법이 최고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섯,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좋은 계획도 실천되지 않으면 계획으로 남는다. 실행없이는 어떤 성과도 없다. 자발적인 학습이 좋다. 하지만 자발적 학습과 함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괜찮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 출판, 칼럼, 인터뷰 등을 거의 거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읽고 쓰며 배우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듦으로써 배움을 촉진한다고 하는 것이다.

일곱, 배우며 가르치고 가르치며 배운다
“많이 알아서 책을 쓴다”는 말은 옳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많이 배운다”는 말도 맞다. 구본형은 “많이 알아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동감이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자신은 배울 때보다 가르칠 때 뭔가 새로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가르칠 때 자신의 불명확한 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고 한다. KRCONSULTING의 대표이사 이강락도 이와 비슷하게 ‘전달교육’이 잘 배우는 방법 중의 하나임을 강조한다.

대학생들에게 뭔가 남는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물어보면 갖가지 대답이 나온다. 그런데 다양한 대답에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발표를 활용한 수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전문가의 삶은 ‘배우며 가르치고 가르치며 배우는 삶’이다. 거기에 ‘자신의 지식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더해진다면 진정한 전문가의 삶이다.

여덟,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
일본의 세계적인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배움에 있어서 인내를 강조했다. 어떤 책을 읽을 때 당시에는 어렵게 느껴지다가 몇일 지나면 책에 대한 핵심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인식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다. 지능의 차이에 관계없이 인간의 두뇌는 정리와 재인식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철학자인 비트겐슈다인은 자신의 연구가 끝난 다음에는 극장에 가서 아무생각 없이 스크린을 보면서 보냈다고 한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도 연구가 끝난 다음에는 아내와 함께 동화책을 읽었다. 비트겐슈타인과 다윈 둘 다 숙성의 시간을 갖은 것이다. 하루에 1시간씩 지속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일주일에 한번 12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 한꺼번에 해치우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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