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나는 책을 고르는데, 엄격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어떤 책이든 책은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기, 심지어 읽는 장소에 따라 책의 평가는 달라진다. 책의 내용은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별로 추천할만한 책이 없었다.
나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글은 어디에도 올리지 않는다.

내 스스로는 ‘기대수준’이 높다는 표현을 쓴다. 약간은 완벽주의자같기도 하지만 실생활을 보면 참 어설프기 그지없는 사람이 바로 나다. 여하튼 기대수준이 높다는 것은 장단점을 가진다. 단점이라면 매우 피곤하다는 점이고, 장점이라면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완벽이 나를 피해갈지라도.

나의 높은(?) 기대수준을 충족시킨 책을 아주 오랜 만에 만났다. 제목은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 저자는 자유기고가인 말콤 그랜드웰이다. 티핑포인트는 매우 재밌는 책이다. 내용만큼 사례가 절묘하다. 좋은 사례를 활용하는 것은 잘 가르치는 비결 중의 비결이다. 핵심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는 어려운 핵심을 통채로 삼킬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사례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로 국내에서는 구본형, 외국에서는 제레미 리프킨, 피터 드러커가 대표적이다.

티핑포인트는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점’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어느 초등학교 A반에 한명이 감기에 걸린 것이 어느 순간 학교 전체로 퍼져나가는 ‘전염의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이런 티핑포인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또는 조건은 없을까?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전염(혹은 유행)은 세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한가지 혹은 두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발생한다고 한다.

첫번째 조건은 소수의 법칙이다. 소수의 어떤 사람들로 인해 어떤 유행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둘째, 고착성. 여기서 고착성은 ‘기억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광고는 머리 속에 딱 붙어있고 어느 광고는 그냥 지나간다. 기억에 남는 그 무엇이 전염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셋째, 상황의 힘. 특히, 작고 사소하게 인식되는 상황의 힘이다. 저자는 뉴욕 지하철의 무질서와 지옥과 같은 상태를 예로 들고 있다. 만약 당신이 뉴욕 지하철의 무질서와 범죄를 확실하게 소탕하기 위한 책임자라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즉, 어떤 처방을 내리고 실천할 것인가? 24시간 간이 이동 파출소를 설치하고, 사복 경찰을 투입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지하철을 폐쇄시킬 것인가? 지금의 뉴욕지하철은 매우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가능했을까? 저자는 가장 큰 이유가 상황의 힘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하철에서의 낙서, 무임승차 등 사소한 무질서와 범죄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지하철의 상태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해결책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돼지 우리에 있으면 호랑이도 돼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안좋은 환경을 좋게 만들면, 기대이상의 예상밖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발점은 ‘작고 사소한 부분'(낙서와 무임승차처럼)이다.

이 세 가지 법칙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소수의 법칙’이다. 여기서 소수는 ‘메이븐’, ‘커넥터’ 그리고 ‘세일즈 맨’이다. 감이 오는가? 아마 안 올것이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 것이다.

한 번 읽어보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큰 개념들이다.
아주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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