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수련법 : 진단과 치료

기업과 경영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기업의 성과와 경쟁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경영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경영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살펴봄으로써,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나는 경영컨설턴트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과 경영의 건강수준을 진단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기업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다. 그리고 이런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수 있는 경영모델의 힘을 빌려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편성을 획득하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경영모델을 통해 전반적인 기업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의 임신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한다. 하지만 꼭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약국에서 파는 간단한 검사도구를 활용해 스스로의 힘으로 임신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90% 이상 정확하다. 최근에는 당료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시약들도 나오고 있고, 언젠가는 암이나 AIDS 같이 현재는 복잡한 기계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질병에서 조차 쉽고 단순한 검사 도구들이 등장할 것이다.

나는 사람의 건강 진단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경영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하고 실용적인 경영모델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모델이나 말콤 볼드리지 모델을 꼽을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경영 전체를 포괄하고 있으며 정교하다. 지속적인 노력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겠지만, 한번 해볼만 하다.

잠깐, 좋은 모델을 철저히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이 정말로 도움을 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이론과 학문이 갖는 힘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그 어떤 책도 당나귀를 현자로 만들 수 없고, 바보를 천재로 만들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학문적 원리가 정립되면서, 오늘날 어느 정도 자질을 갖춘 의사는 백년 전에 가장 탁월했던 의사보다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고, 현대의 유능한 의사는 과거의 천재적인 의사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도 해낼 수 있다. 그 어떤 학문도 사람의 팔을 길게 늘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학문은 그 사람을 들어올려 선행자가 달려간 지점까지 데려다 줌으로써 보다 먼 지점에 도달하도록 할 수 있다.”

이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다면, 구체적인 곳으로 조금 치고 들어가보자.

우선, 해당 모델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철저한 이해라고 하면, 모델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말하면, 보통 사람들에게 핵심을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말한다.

둘째, 분석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기업이어야 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면 좋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껍데기가 아니라 내용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의 기본 소스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재무제표는 작성된 당시의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보가 모두 필요하다. 따라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셋째, 정보를 모으고 분류한다.
대부분의 경영모델은 유기체와 비슷하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 모델의 접근법에 따라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면 된다. 물론 어느 경영모델을 맹신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금 나는 스스로 연습문제를 풀며 수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목적은 완벽함이 아니라 도전이고 새로운 시도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문성이 깊어지고 경험이 쌓이면 추종의 과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수는 없다. 한번, 두번, 여러 번의 시도와 경험이 쌓이면 그 모델의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 다른 기업에는 통하지만 우리 기업에는 맞지는 않는 부분도 드러날 것이다. 실제로 말콤 볼드리지 모델은 1988년 개발된 이래 매년 한 회도 빠짐없이 변화해 왔다. 모델의 핵심은 보존되었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크게 바뀌고 개선되어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볼드리지 모델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현실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이런 모델이 좋은 모델이다.

넷째, 분석하고 정리한다.
이 부분도 처음에는 모델의 접근법을 따른다. 현재의 상태, 문제점과 강점을 정리한다. 유의할 점은 정리된 내용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증거와 데이터가 말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부분이라 별로 말할 것 없다.

다섯째, 대안과 적용 방법을 도출한다.
이 부분도 가능하면 모델에 충실한 것이 좋다. 이미 검증된 모델이므로 길을 잘못 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모델에서 제시하는 수준과 방법들을 참고하여 우리 기업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개인적으로 경영과 기업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

둘째,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
남이 만든 모델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모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 안에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 기업이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기업이라고 믿는다. 이제 자신을 기업의 피고용자라고 인식하는 대신, 자신의 기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영컨설턴트라고 생각하자. 그것이 어렵다면 자신이 맡은 분야, 꿈꾸는 분야에서 만큼은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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