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건네 준 마음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카메라를 둘러 메고 길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온통 누런 먼지가 껴껴로 쌓여 있었고, 매캐함이 눈과 코를 자극했다. 근래 보기 드문 황사가 우리나라를 뒤 덮던 그날 나는 용감하게도 길을 나섰다. 목이 따끔하게 아파올 때 즈음 나는 버스 안에 서서 한남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눈부시도록 밝게 반짝여야 할 한강 위 태양은 황사에 맥을 못 추며 어두운 그림자에 얼굴을 반쯤 감추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거리는 몹시 한산했다. 마치 못된 마음과 생각이 평온해야 할 얼굴에 잿빛을 드리운 듯, 자연은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우리에게 시위하고 있었다.

황사는 아시아 대륙 먼 사막으로부터 시작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겨울동안 얼어있던 모래 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만나 머나먼 이곳, 대한민국에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황사는 부정적인 평판과 달리 그 자체가 알칼리성으로 산성비를 중화하고, 토양과 해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황사가 거쳐오는 중국 대륙의 급속한 산업화와 자연 파괴로 인해 우리의 코와 목을 괴롭게 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인간의 이기(利己)와 자연을 이기의 도구로 여기는 못된 마음이 우리가 누려야 할, 맑은 공기로 숨 쉴 당연한 행복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더 빠르고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위해 우리가 모질게 내친 자연에 대한 무책임이 독이 되어 우리의 목을 죄는 이 현실은, 오직 작은 성공만을 바라보며 내달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눈 앞에 놓인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좋고 나쁜 원인의 구별이 없는 모습을.

때때로 좋은 원인이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대로 나쁜 원인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을 살며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일만 만들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 매순간 셀 수 없는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포들이 분열하여 나의 몸을 만들어 내듯, 지식들이 융화하여 지혜를 일구어 내듯, 그 사이의 연쇄 고리는 우리의 인생, 직장 생활, 가족 관계를 만들고 키워가는 균형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매 순간, 바로 “지금 이 짧은 순간”에서 조차 바른 원인을 찾으며,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원인과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 우리 삶의 궁극적 목적과, 우리 회사의 비전을 손 안에 넣기 위한 작지만 가치 있는 에너지들을 응집하는 것. 이처럼 우리가 즐겨야 할 것은 우연히 찾아온 몇 개의 좋은 결과가 아니라, 바른 원인이 쌓이고 쌓여 이룬 부끄럽지 않은 큰 결과가 아닐까.

인도의 학승(學僧) 카말라실라가 쓴 ‘수습차제(修習次第)’의 한 구절을 마음 깊은 곳의 나에게 건네 보자.

‘원인들과 조건들 중에서, 그대는 반드시 올바르고 완벽한 원인들을 닦아야 한다. 만일 그대가 옳지 않은 원인들을 실천에 옮긴다면, 그대가 아무리 열심히 수행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소의 뿔을 짜서 젖을 얻으려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모든 원인들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결과는 일어날 리 없다. 예를 들어 씨앗이나 다른 원인이 없다면, 결과인 싹은 트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원하던 결과를 얻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그것의 완벽하고 흠 없는 원인과 조건들을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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