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재발견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굳게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작심삼일, 새해에 참 많이 듣는 말이지요? 저도 몇 년 전까지는 새해를 계획하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공부를 준비하고, 휘트니스 클럽에 가입하며 넘치는 의지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주, 한 달이 지나갈수록 의지는 바닥을 치고, 얼마 되지 않아 피곤에 찌든 옛 모습과 다시 만나게 될 뿐이었습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의지와 열정을 발휘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것들 역시 에너지의 한 부류일 뿐입니다. 쓰면 쓸수록 소모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때마다 우리의 의지가 박약함을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탓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지는 무한하지 않은, 유한한 에너지니까요. 아끼고 쪼개 써야 하고, 그렇게 거름이 되어 사라진 의지의 텃밭 위에서 새롭게 쓸 또 다른 의지와 열정의 싹을 틔워야 합니다.

제가 소개하려는 ‘습관의 재발견‘은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달성하는 전략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다른 자기계발서들처럼 최대한의 의지를 발휘해 자기 자신을 넘어서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의지의 문제로 너무나 일찍 목표를 포기하는 마는 보통 사람들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So Small, 아주 작게

비결은 단순합니다. 아주 작은 습관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서 애초에 의지라는게 거의 필요하지 않은 목표들 말입니다. 저자가 작은 습관(Mini Habit)이라 부르는 것들입니다. 저는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올해 1월 말 쯤 조건에 부합할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우고 ‘습관 들이기’를 시작했습니다.

  • 책 2페이지 읽기
  • 실내 자전거 1분 타기
  • 사진 1장 찍기
  • 안 쓰는 물건 1개 버리기

습관 만들기를 3개월 정도를 지속하는 동안 하루, 이틀 정도를 빼고는 거의 모든 항목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에도 예외 없이 실내 자전거에 오르고,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집과 밖을 오가는 길에 잠깐씩 짬을 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팔거나 정리했습니다. 워낙 달성해야 할 목표의 수준이 낮다 보니 목표를 채워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책 2페이지를 읽는 시간은 고작 1~2분 정도, 실내 자전거도 딱 1분만 페달을 돌리면 끝이었으니까요. 사진을 찍는 데에는 고작 수초만 수고를 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참고로 이력을 쉽게 관리하기 위해서 iOS 앱인 Way of Life를 활용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딱 정해 놓은 목표만 달성하고 하루를 마쳤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의 매일 30분 이상 자전거를 탔고, 12권이 넘는 책을 읽었으며, 수 십장의 사진을 찍고, 한결 깨끗해진 주변 환경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생각이 행동으로 전환되는 그 시점이 의지라고 하는 에너지의 소모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그 마음의 장벽을 ‘작은 습관’을 통해 낮춰 주는 것이 책이 이야기하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얼마나 더 해야 진짜 습관으로 굳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습관으로 확고하게 굳어지면 귀찮아하는 마음도, 하기 싫은 마음의 걸림돌도 모두 사라질 거라 믿습니다. 습관은 의지라고 하는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을 뿐더러,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쓰임 없이 그저 몸이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미완성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입니다. 하지만 3개월이라는 시간을 굴곡 없이 이어올 수 있었고, 오늘 하루도 저항감 없이 목표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제 모습은 지난 몇 년간 시간을 허비하며 방황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이 큰 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입니다. 매일 매일 이루어지는 행동의 단편에 가치 있는 의미가 부여되지 못하고 단순히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는 분명 나은 선택이지만, 의미 있는 큰 방향의 줄거리를 만들어 가기에는 전략이 다소 빈약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력 고갈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의지와 열정을 경제적으로 활용해 쉽게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편하기 때문에 온갖 이유로 나와 환경을 바꾸지 않을 구실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과거에 안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하루를 가치 있게 쓸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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